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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술로그] 조니워커 블랙과 아버지

아저씨가 된 붕어 2022. 3. 11. 15:56

술술로그 #3

조니워커 블랙 (Jonnie Walker Black)

#조니워커 #블랙


최근 블로그에 위스키 이야기를 많이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조니워커 블랙 이야기도 하게 되네요. 블로그는 가급적 개인 이야기를 하면 안된다고 하던데, 이번만큼은 개인적인 이야기가 조금 담길 것 같습니다. 혹자는 블랙라벨이 윈스턴 처칠의 술이라고 하지만, 저에겐 아버지의 술이거든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전설의 스카치 위스키

 

1909년에 '엑스트라 스페셜 올드 하이랜드 위스키'가 '조니워커 블랙'으로 이름을 바꿔 출시된 이후로 지금까지 독특한 라벨과 컬러 등을 지금까지 유지해 온 조니워커 블랙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스카치 위스키 중 하나 입니다. 그러니까 1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위스키인거죠. 실제로 지난 2009년에는 블랙라벨 100주년 기념 에디션이 출시되기도 했습니다. 정말 멋지지 않나요?

조니워커 블랙 100주년 기념판

 

애주가였던 윈스턴처칠이 사랑했던 술이라는 이야기도 많은데, 이 스토리가 조니워커 공식 홈페이지에도 적혀있는걸 보면 브랜드의 마케팅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오랜 역사속에 축적된 수준 높은 블랜딩 

존 워커가 운영하던 식료품점

조니워커의 창시자인 알렉산더 워커의 아버지 존워커가 1800년대 초반 스코틀랜드 킬마녹에서 작은 식료품 가게를 하던 당시, 손님들의 까다로운 요구에 맞춰 기존에 나와있던 술들을 섞어서 손님들의 입맛을 맞춘 위스키를 팔기 시작하면서 워커 가문의 블랜디드 위스키 제조가 시작되었습니다. 이 후, 워커스 올드 하이랜드 위스키와 올드 하이랜드 위스키를 거쳐 지금의 조니워커 위스키가 되었는데요. 여기서 재밌는게 조니워커의 시초가 '증류'가 아닌 '블랜딩'이라는 점입니다. 디아지오에 소속된 지금까지도 조니워커는 다른 위스키 브랜드들처럼 증류소를 갖춘 위스키브랜드가 아니라 다른 곳에서 증류원액들을 사와서 블랜딩한 제품을 출시하는 블랜딩 브랜드인거죠. 블랜딩 이야기를 하다가 이야기가 좀 길어져 버렸네요. 

    

조니워커 블랙은 12년 이상 숙성된 위스키만을 독점적으로 블랜딩해서 다른 위스키들과는 또 다른 경험을 선사합니다. 블랙라벨의 키 몰트는 스코틀랜드에 있는 칼일라, 글렌듈런, 몰트라치, 탈리스커, 카메론브리그 등 여러 증류소로부터 제공받는데요. 이런 이유로 진한 과일향부터 바닐라, 피트까지 여러 향이 탁월한 밸런스를 이루고 있죠. 

 

 

합리적인 가격과 뛰어난 가치의 절대적 존재

 

책장에 각종 술 관련 서적을 두고 읽으시며 즐기실 정도로 애주가이신 저의 아버지의 최애 위스키도 조니워커 블랙입니다. 칵테일은 비피터 베이스의 진토닉. 아무튼 제가 어렸을적부터 봐온 기간만 따져도 20-30년이 될테니 그 보다 더 오랫동안 블랙라벨을 즐기셨겠죠?

 

어느덧 저도 위스키를 즐기게 된 입장에서 돌아보니 아버지가 그토록 블랙라벨을 사랑하셨던 이유는 항상 합리적인 소비를 하시고 검소하셨던 아버지의 성향을 그대로 담아냈던 술이 블랙라벨이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마트에 가면 3-4만원대에 구입할 수 있는 술, 면세점에 1L 대용량으로 구입해도 5만원이 넘지 않는 조니워커 블랙라벨은 합리적인 가격과 뛰어난 가치를 동시에 지닌 몇 안되는 위스키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뛰어난 퀄리티와 스토리를 지닌 대단한 위스키들이 정말 많은 요즘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조니워커 블랙라벨은 위스키를 사랑하는 모두에게 가장 대중적이며 가장 특별한 위스키가 아닐까 싶습니다. 오늘밤에는 블랙라벨을 한 잔 진하게 따라봐야겠습니다.